법정스님의 <무소유 >에서...
영혼의 모음 :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
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꽃인 줄 알았다가, 그 꽃과 같은 많은 장미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풀밭에 엎드려 울었었지.
그때 여우가 나타나 <길들인다>는 말을 가르쳐 주었지. 그건 너무 잊혀진 말이라고 하면서.
<관계를 맺는다>는 뜻이라고, 길들이기 전에는 서로가 아직은 몇 천 몇 만의 흔해 빠진 비슷한 존재에 불과하며 아쉽거나 그립지도 않지만, 일단 길을 들이게 되면, 이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'소중한 존재가 되고 만다' 거야.
"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. 난 어느 발소리 하고도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야.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이 되어 나를 굴 밖으로 불러 낼 거야."
그리고 여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밀밭이 어린 왕자의 머리가 금빛이라는 이 한가지 사실 때문에, 황금빛이 감도는 밀을 보면 그리워지고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좋아진 거라 했다.
너는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더구나. 이 육신을 묵은 허물로 비유하면서 죽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더구나. 그렇다. 이 우주의 근원을 넘나드는 사람에겐 죽음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.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니까.
누가 나더러 지묵으로 된 한두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선뜻 너를 고르겠다.
아, 이토록 네가 나를 흔들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? 그건 네 영혼이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조금은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.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물이 고여 있어서 그렇듯이.
네 소중한 장미와 고삐가 없는 양에게 안부를 전해 다오.
너는 항시 나와 함께 있다. 197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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